돈을 버는 기술을 말하는 책은 많지만, 돈 자체의 본질을 분석하고 이를 깊게 숙고하는 책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는 돈을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보아야 할까요? 누구나 돈이 많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돈에 대한 집착은 꺼리는 것 같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손꼽히는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돈에 대한 흥미롭고 깊이 있는 생각을 살펴보겠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돈을 많이 벌고자 합니다. 부를 추구하고, 가난을 피하려고 합니다. 때로는 부자를 찬양하고, 가난한 자를 비난합니다.
가난이 죄가 되는 분위기는 르네상스 시대부터입니다. 가난한자는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으로 멸시받았다. 그러나 프랑스대혁명 이후 가난한 자는 탐욕스러운 부자인 지배계급에 반기를 드는 반항하는 피지배계급으로 대접받습니다.
오늘날 빈곤은 현대성의 실패를 나타냅니다. 중산층이 확산된 현대 사회에서 가난은 현대사회의 부적응이자 실패와 동일하게 취급받습니다. 물론 오늘날 절대적인 빈곤은 많이 사라졌으나, 상대적 빈곤은 부의 집중화 현상으로 인하여 오히려 확대되고 있습니다.
한편, 현대사회의 흥미로운 현상 중의 하나는 빈곤을 뿌리 뽑지 못하기 때문에 갑자기 빈곤의 장점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궁핍이 마치 풍요보다 한 차원 더 높은 덕인 것처럼 포장하는 일부 이론가의 찬양은 매우 뒤틀려 있습니다. 개인적이고 영적인 이유로 검약을 선택하는 것과 무감각해진 야망에 검약을 강요하는 것은 전혀 별개라는 점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현대의 정치경제는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인간다운 삶을 제공하려고 애쓰는 반면, 새로 등장한 급진적인 사고는 가난을 대규모로 양산하기를 원합니다. 유명한 한 평론가는 '자본주의의 시간성이 우리의 불면과 스트레스를 야기하여 인간을 피폐하게 만든다'라고 주장하며, 이에 저항하기 위하여 '백만장자의 문화와 물질적 부의 이미지와 환상을 거부하라'고 권고합니다.
가난을 찬양하는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아이들에게 사회적인 인정과 금전적 목표 대신 체념을 가르치고 성공을 꿈꾸지 못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가난찬양론은 가난한자도 부를 원하고 있고, 이러한 욕망이 사실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망각하고 있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자를 욕하고 그들에게 돌을 던지는 것은 수백만의 인류를 질병과 기근과 불안정에서 구할 방법을 궁리하는 것보다 훨씬 쉽습니다. 어떤 도덕적 좌파들은 이렇게 쉬운 길을 종종 택하곤 합니다. 이들의 눈에는 가난한 자들을 부유하게 하는 것보다 부자들을 강탈하는 것이 더 쉽고 나은 방법인 것입니다.
물론 광기 어린 부의 추구는 무익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추구는 순수하게 물질적이라기보다는 관념적이기에 위험한 것이죠. 물질적인 것, 즉 돈 자체가 위험하고 나쁜 것은 아닙니다. 가난의 문제는 그 자체라기보다는 가난으로 인하여 생계, 식량, 주거, 의복 등이 굴욕적인 속박이 되기 때문입니다.
돈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독재를 할 때는 바로 돈이 없을 때입니다.
돈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를 인정하는 시각에 따라 부는 덕이고, 가난이 죄라고 말해도 될까요? 반대로 돈에 대한 욕구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에 따라서 부는 죄이고, 가난은 덕이라고 봐야 할까요?
둘 다 틀렸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부는 죄가 아니며, 가난이 덕도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돈을 신성시해서는 안됩니다. 또한 돈을 지나치게 사랑하지도 말고 혐오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돈은 우리의 잘못으로 적이 되지 않는 한, 친구로 남을 것입니다. 가난에 대한 비난과 부자에 대한 비난 모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돈 그 자체는 유익한 발명품이며 죄가 있다면 단지 불공평한 분배뿐입니다. 돈은 쉴 새 없이 흐르는 유동적인 실체입니다. 그래서 부의 극단적인 집중은 돈의 흐름을 방해하기에 지양해야 하는 것입니다.
참고: <돈의 지혜>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흐름출판, 2019) 2부, 3부 참고 및 재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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