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나라 일본의 고양이 사랑은 매우 특별합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고양이를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는 문화가 있으며, 이에 따라 다양한 고양이 관련 캐릭터와 문화 상품도 발달하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본의 고양이 문화를 고양이 장식품과 고양이 섬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행운을 주는 고양이, 마네키네코
도자기로 만든 고양이 모양의 장식품인 마네키네코는 행운을 상징합니다. 귀여운 삼색 고양이가 한 손이나 양손을 들고 있는 모양의 작은 도자기 장식품을 본 적 있으신가요? 이 장식품은 '마네키네코'라고 불리는 일본의 고양이 장식품으로 일본의 많은 가게 입구나 계산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일식집이나 여러 가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예전부터 삼색고양이는 흰색, 갈색, 검정의 세 가지 색을 한 몸에 가지고 있어 여러 나라에서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선원들은 항해를 할 때 쥐를 잡기 위하여 배에 고양이를 태우고 했는데, 특히 삼색 고양이를 배에 태우면 풍랑을 피하여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아울러 삼색 고양이는 재물을 가져다준다는 말이 유명하며, 일본에서는 삼색 고양이가 손님을 부르고 재물운을 가져다준다고 하여 가게마다 장식을 해두고 있습니다.
마네키네코는 커다란 눈이나 웃는 눈과 귀여운 얼굴로 누군가를 부르는 듯 앞발을 높이 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어느 쪽 발을 들고 있는지에 따라서 의미는 조금씩 다릅니다. 오른쪽 앞발을 들고 있는 마네키네코는 돈과 행운을 불러들인다는 의미이며, 왼쪽 앞발을 들고 있는 마네키네코는 손님이나 친구를 불러들인다는 의미, 그리고 양쪽 앞발 모두를 들고 있는 마네키네코는 사람과 행운을 불러들인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특히 손을 높이 들수록 손님과 행운이 많이 온다고 합니다.
전통적으로 고양이를 많이 키우던 나라, 일본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키우는 반려동물은 개이지만, 일본은 고양이입니다. 일본의 페트푸트협회가 2019년 성인 5만 명을 대상으로 개와 고양이의 사육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일본 전역에서 사육하는 고양이는 약 953만 마리이며, 개는 약 892만 마리로 반려묘의 수가 반려견의 수를 앞질렀다고 합니다. 이 조사를 시작한 1994년 이후로 계속 반려견의 수가 반려묘의 수보다 많았으나, 처음으로 등수가 바뀐 것입니다. 고양이가 여러 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세계적으로 반려견의 수가 반려묘의 수보다 앞선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기원전 300년부터 집고양이를 키웠다는 역사적 증거가 있으며, 7세기 이후에는 고양이를 본격적으로 반려동물로 키웠다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고양이는 귀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귀족들이 고양이에게 매료되자, 일본의 고양이들은 쥐를 잡는 역할보다도 목에 방울을 달아 방 안에서 반려동물로서의 역할만 하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고양이의 몸값도 상당히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고양이가 고가로 거래되며 길고양이가 줄어들어 거리에 쥐가 많아지자, 나라에서 강제로 고양이를 방사하기도 하였으며, 이후 메이지 시대에 이르러서는 서민들도 고양이를 기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에 고양이는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반려동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고양이의 천국, 고양이 섬
일본에는 고양이의 천국이자, 애묘인의 성지인 '고양이 섬'이 여럿 있습니다. 후쿠오카 북쪽의 '아이노시마'라는 섬은 470여 명의 인구가 사는 작은 섬이지만 100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섬을 누비는 고양이를 만나기 위하여 관광객들이 배로 섬에 도착하면 섬 고양이 수십 마리가 몰려와서 이들을 환영하곤 합니다.
또한 미야기 현의 '타시로지마', 에히메 현의 '아오시마', 카가와 현의 '오기지마' , 시가 현의 '오키시마' 등의 섬도 고양이 섬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이들 고양이 섬은 공통적으로 다음의 특징이 있습니다. 작은 섬이며, 섬에 천적이 없고 해산물과 농작물 등의 먹이가 풍부하여 쥐가 많아져, 섬의 주민들이 쥐를 퇴치하기 위하여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하다가, 고양이의 수가 많아진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 섬은 대중매체나 SNS 등을 통하여 유명해지며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늘어난 관광객이 무분별하게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다 보니 고양이 개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증가하여 관리상의 여러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에 2018년부터 지자체의 주도로 무료로 중성화 수술이 시행되었고, 관광객이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섬도 많아졌습니다. 다행히 이러한 노력 덕분에 고양이 개체수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고, 고양이들 간의 영역 다툼이 줄어드는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1인 가구와 노년층의 증가로 더욱 사랑받는 고양이
일본의 고양이 열풍은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노인층의 인구가 증가하는 현상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고양이는 개보다 손이 덜 가는 반려동물입니다. 고양이는 개처럼 산책을 시킬 필요가 없고, 외로움도 개보다 덜 타서 사람이 항상 옆에 있지 않아도 개보다 상대적으로 잘 지내는 편입니다. 그리고 개처럼 크게 짖지 않아 이웃에게 항의를 들을 일도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일본의 1인 가구는 고양이를 개보다 상대적으로 기르기 쉬운 동물로 인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일본의 노년층 역시 고양이가 개보다 기르기 더 쉽기 때문에 고양이를 많이 키우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고양이를 키우는 인구가 전체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아울러 단독 주택이 많았던 과거에는 집을 지키는 목적으로 개를 키웠으나, 아파트나 오피스텔, 상가형 주택이 늘어나며 집을 지킬 필요가 없고 짖는 소리로 이웃과의 불화를 일으키는 개보다는 조용한 고양이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덧붙여 고양이가 일본인의 성향과 잘 맞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독립적이며 개인주의적인 일본인들은 독립적인 성격의 고양이에게 더 끌린다는 것입니다. 또한 고양이의 우아하고 심플한 외형과 동작이 일본인의 미적 감각과도 잘 어울린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일본의 고양이 문화에 관하여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앞으로 일본을 방문할 일이 있으시다면 고양이와 관련된 다양하고 재미있는 일본의 문화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또한 고양이 섬을 방문하실 때에는 먹이 주기를 금지하는 등의 주의사항을 숙지하여 섬의 주민과 고양이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동참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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