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양이잡학사전

고양이의 지능

by 노묘나비네 2023. 5. 20.

고양이는 똑똑한 동물일까요? 일각에서는 고양이가 개보다 길들이기 쉽지 않고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보다 지능이 낮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과연 맞는 말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고양이의 지능에 관하여 상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자기 전에 책읽는 고양이

 

고양이의 지능은 개보다 낮다? 

고양이가 개보다 머리가 나쁘다는 말은 오랫동안 상식처럼 통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종별 차이보다는 개와 고양이의 개체별 차이가 더욱 크다고 합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고양이가 육상동물 중에서 침팬지 다음으로 지능이 높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개가 고양이보다 영리하다고 알려져 있었을까요? 그 이유는 이제까지의 동물지능 측정방법이 주로 개에 유리한 분야에 치중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는 주로 기계적 반복을 통하여 학습하는 반면, 고양이는 문제 해결에 주로 유추나 모방행동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즉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나 사람이 하는 것을 보고 잘 기억해 두었다가 그대로 따라 하거나, 아예 이제까지 한 번도 보거나 들은 적이 없는 새로운 방법을 스스로 생각해 내는 것입니다. 개의 문제해결이 주로 단순한 귀납추리라고 한다면, 고양이는 기본적인 귀납추리에 유비추리와 가설추리까지 더하여 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특히 고양이는 앞발을 사용하는데 능숙하기 때문에 사람을 흉내 내어 미닫이창이나 서랍을 쉽게 열기도 하고 직접 선풍기를 틀어 바람을 쏘이기도 합니다. 어떤 고양이는 냉장고 문도 열 수 있다고 하니 고양이의 모방능력은 굉장히 뛰어난 편입니다.

 

개와 고양이의 지능은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라, 성향이 다른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개는 상호작용과 협력을 중요시하는 뇌 구조를 발전시켰으므로, 무리 생활을 할 때 고양이에 비하여 더 지능이 높은 모습을 보입니다. 반면 고양이는 독립성과 혼자 해결하는 능력을 발전시켰으므로, 사람이나 다른 개체와의 관계에서보다는 단독 행동에서 더 높은 지능을 가진 모습을 보입니다. 따라서 어느 쪽 더 지능이 높고 낮다고 하기는 어렵고, 또한 앞서 언급하였듯이 종별 차이보다는 개체별 차이가 더 크기 때문에 각 개체가 처한 특수한 상황에서 주어진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책읽는 고양이

 

고양이가 사람을 잘 따르지 않는 이유 

고양이는 지능이 나빠 사람을 잘 따르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당연히도 고양이 역시 자신에 대한 사람의 감정을 금방 알아채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깊은 애정과 신뢰를 가집니다. 사람을 포함하여 동물이 상대방의 감정이나 행동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에 반응하는 것은 지능과 관련 있는데, 개는 사람의 감정을 금방 파악하고 빠르게 반응하는 반면 고양이는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고양이가 사람의 감정에 반응하는 속도가 개보다 느리거나 반응 정도가 낮은 것은 지능의 문제라기보다는 고양이의 독립적인 성향 때문입니다. 고양이의 표현방식은 개보다 더 은근하고 간접적인데, 이는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고양이라는 종의 특성입니다. 그리고 어떤 고양이는 개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외출을 준비하는 주인에게 나가지 말라고 어리광을 부리기도 하고, 집에 주인이 돌아올 때쯤엔 현관 앞에서 기다리기도 합니다. 다만 고양이는 처음 만난 동물이나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데에 시간이 제법 걸립니다.  

 

또한 고양이는 머리가 나빠서 오랫동안 길러도 주인이 며칠만 여행을 다녀오면 알아보지 못한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이는 고양이의 조심성을 무시한 데서 비롯된 오해입니다. 주인이 떠나 있는 동안 고양이는 눈에 띄게 불안해하며 현관 쪽의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마침내 주인이 여행에서 돌아와도 주인의 외모와 태도는 알아보지만 여행지에서 묻혀온 낯선 냄새가 고양이를 긴장시키기 때문에 완전히 확신하기 전까지는 주인을 두려워하며 가까이 다가오지 않습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주인 특유의 체취를 확인하고 나면 금방 마음을 놓고 받아들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고양이의 지능 역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유전과 환경의 영향을 모두 받는다는 것입니다. 영리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고양이는 그렇지 않은 고양이에게서 태어난 고양이보다 영리할 확률이 더 높습니다. 장수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고양이가 그렇지 않은 고양이에게서 태어난 고양이보다 장수할 확률이 더 높은 것과 유사합니다. 그렇지만 한 배에서 태어난 새끼들이라고 해도 성장환경이나 경험에 따라 지능에 차이를 보입니다. 쌍둥이가 동일한 유전자를 가졌지만,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다면 지능과 성격이 크게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따라서 어떠한 고양이라도 함께 하는 사람이 어떻게 기르고 관리하는지에 따라서 지능과 성격은 더 좋아지거나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결국 유전과 더불어 환경도 고양이를 포함한 동물의 지능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고양이의 지능에 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고양이가 개보다 지능이 낮다는 속설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고양이와 개의 지능은 서로 다르며, 고양이와 개의 성격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여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고양이나 개의 지능 여부보다는 우리가 반려 고양이나 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의 문제입니다. 함께하는 사람의 사랑과 관심을 많이 받을수록 고양이는 더욱 똑똑하고 사람의 감정을 잘 이해하는 반려동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