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일까? 나는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살면서 한번 정도는 이런 질문을 해봅니다. 인생의 의미에 관한 질문에 정답을 말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철학적 고찰과 분석을 통하여 어느 정도 수용가능한 답은 내릴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난 글에 이어서 인생의 의미를 철학적으로 흥미롭게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글에서는 인생의 의미를 알기 위하여 인간의 기원에 관한 창조론(기독교)의 입장을 살펴보았는데, 인간이 만약 신의 의도와 목적에 따른 결과물이라면, 인생의 목적은 나 자신의 것이 아닌 외부의 것이 되어버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인생의 의미를 인간의 기원(진화론이나 창조론)에서 찾을 수 없다면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이번에는 미래의 목표나 목적으로 인생의 의미를 설명하는 '목적론적' 설명을 살펴보겠습니다.
미래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라면, 인간은 미래에 죽는 존재이기에 언젠가 미래가 없는 때가 오고 따라서 우리 행위의 목적과 삶의 의미는 죽음과 더불어 완수되지 못한 채 끝나고 맙니다.
동일한 이유로 인간의 불멸의 존재라고 해도 삶의 목적은 부여받을 수 없습니다. 목적은 인생의 끝에서 달성이 되어야 하는데, 영원히 닿지 못할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사는 삶은 저주받은 삶이기 때문입니다.
목적을 지향하는 삶은 인생의 목적을 목표 달성에 두는데, 만약 목표를 달성한다고 하면 그 직후의 공허함은 더욱 커지고 남은 인생은 목표를 상실하여 무의미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생의 목적을 미래에 두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언젠가 죽는 존재인 우리에게 인생의 목적을 미래에 두는 것은 매우 불확실합니다. 그런 미래가 오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날이 오면'이라는 생각이 우리가 지금 당장 삶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을 얻지 못하게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터무니없이 높은 이상을 기준으로 잡으면 자기 삶은 언제나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을 부정하고 미래의 이상적인 목표만을 위하여 달려간다면 그 과정은 불행할 것입니다.
인생의 불완전함을 견디고 지금 이 순간의 현실성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과연 미래에는 아무런 어려움이나 걱정 없는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행운은 깨지기 쉽고 세상사는 덧없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하는 것은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최대한 삶의 다양한 측면들을 활용할 용기와 정직함을 기르는 것입니다.
비록 인생이 나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것이 바로 인생이며, 그러한 복잡함과 무의미함, 모순이 가득한 인생의 한가운데에서 스스로 의미를 만들고 목표를 만들어 그것들을 수행하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가는 중인 것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인생의 의미를 제공하는 여러 유형의 삶의 양식에 관하여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참고: Julian Baggini, What's it all about? Philosophy and the Meaning of Life, 2002, 2017(번역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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