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고양이에 매료되는 것일까요?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 인기순위 1위는 언제나 개입니다. 그러나 인터넷 게시물에서 더 열광적인 반응을 야기하는 이야기는 개보다는 고양이 이야기라는 말이 있으며, 실제로 여러 반려동물 게시판에서는 '고양이보다는 개를 키우는 인구가 더 많은데, 온라인상에서는 왜 고양이 관련 게시물이 더 인기가 많을까요?'라는 질문이 종종 올라옵니다. 인간에게 오랜 시간 길들여져 친근한 매력을 주는 개와는 다르게 고양이만의 숨겨진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글에서는 고양이의 매력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1. 고양이의 독특한 감각 세계
고양이는 인간보다 훨씬 민감한 감각기관 통하여 세계를 경험합니다. 창문이 잠시 열리자 집안에 있던 새끼 고양이가 창을 통하여 지붕 위로 달려갑니다. 그러자 거실의 소파 위에서 졸고 있던 어미 고양이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이내 창문을 넘어가 새끼를 찾아 집으로 데려옵니다. 졸고 있던 어미 고양이는 새끼가 집 밖으로 나간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새끼를 바로 찾아서 데려온 것일까요? 고양이들끼리의 텔레파시 혹은 육감 때문일까요? 답은 발달한 청각에 있습니다. 경험이 부족한 새끼 고양이는 지붕 위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를 냈을 것이며, 어미 고양이는 그 소리를 듣고 위급함을 인식하여 달려갔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소리는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음역대가 아니기에 우리에게는 들리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고양이가 정원의 특정 장소나, 베란다의 특정한 구석 장소로 이끌리는 것도 설명할 수 없는 현상처럼 보이지만, 이는 인간이 후각이 감지하지 못하는 특별한 냄새를 고양이가 민감한 후각으로 감지하여 냄새가 나는 장소로 향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인간보다 훨씬 발달한 고양이의 시각과 촉각, 청각을 이해한다면 고양잇과가 경험하는 세계를 이해하기 훨씬 수월합니다. 고양이는 움직임을 간파하는 시각 기관은 예민하지만, 색은 잘 구분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따라서 고양이가 보는 세계는 색이 그다지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달이 뜬 밤이라고 상상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의 눈은 빛에 민감하여 어두운 곳에서도 잘 볼 수 있으나 암흑에서는 전혀 볼 수 없습니다.
또한 먼 곳의 작은 소리까지 식별할 수 있고,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영역대의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쥐 같은 설치류가 내는 고주파의 소리는 특히 더 잘 듣습니다.
고양이의 촉각은 피부뿐만 아니라, 털과 수염에서도 예민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수염은 훌륭한 센서의 기능을 합니다. 윗입술, 뺨, 눈 위 그리고 앞다리의 뒤쪽, 윗입술에는 몇 개의 수염이 있습니다. 이 수염을 통하여 공간을 경험하고 주변의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따라서 장난으로라도 고양이의 수염을 깎거나 뽑지 않도록 하여야 합니다.
고양이는 후각 역시 매우 발달하였으나, 개보다 더 뛰어난 청각에 비하여 후각은 개보다 다소 떨어진다고 합니다. 개는 후각을 사용하여 적이나 먹이를 추적하고, 고양이는 후각보다는 청각을 더 많이 사용하며, 후각은 추적보다는 인식과 식별을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2. 고양이의 이중성
고양이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예측불가능성입니다. 고양이는 침묵을 즐기는가 하면 쉬지 않고 야옹거릴 수도 있습니다. 소파나 카펫 위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 깊은 잠에 빠져있다가도, 갑자기 미친 듯이 달리기도 하고 냉장고 위나 나무 꼭대기까지 오르기도 합니다. 생각지도 못하는 높이까지 뛰어올랐다가 사뿐히 다시 내려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어떻게 내려와야 할지 모르는 듯 당황해하기도 합니다. 사람의 무릎 위에서 느긋하게 손길을 즐기다가도, 어느 순간 날카로운 포식자로 돌변하여 쓰다듬던 손을 할퀴거나 물기도 합니다. 위협을 느끼거나 공격할 때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히다가도, 편안한 상대에게는 발톱을 감추고 부드러운 발바닥 쿠션으로 꾹꾹 애정을 표시하기도 합니다.
요컨대 고양이의 행동은 예측하기 어렵고, 순식간에 전혀 상반되는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고양이는 우리에게 감동을 주다가도, 한순간에 우리를 당황시키기도 합니다. 이러한 예측불가능성은 불안감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어떠한 행동으로 우리를 놀라게 해 줄지 기대하며 고양이에게 관심을 가지게 합니다. 이러한 고양이의 즉흥적인 행동과 그에 따르는 놀라움은 단조롭고 예측 가능한 생활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에게 절로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고양이에게 눈을 떼지 못하하게 하는 매력의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3. 고양이의 야생성과 길들이고 싶은 욕구
고양이는 개에 비하여 길들인 역사가 짧고, 여전히 야생성이 남아있는 동물입니다. 개는 성실성, 충성, 복종의 상징으로 오랫동안 인간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아왔습니다. 반면 고양이는 인간의 보살핌을 받더라도 인간을 주인으로 여기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고양이를 완벽하게 길들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다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개는 애정 어린 토닥거림으로 만족하지만, 고양이는 제대로 쓰다듬어 주기를 요구합니다. 그러나 인간이 아무리 고양이를 잘 쓰다듬어주어도 어느 순간 고양이는 도망가버리곤 한답니다.
오늘날 우리가 실제로 야생동물을 접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동물원에서나 갇혀있는 동물을 봅니다. 그러나 갇힌 동물에게 매력을 느끼기는 쉽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 갇힌 동물은 본래의 서식지에서 보여주던 고유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고양이는 바로 이러한 야생성을 간직한 채 인간의 옆 자리를 차지하는 독특한 반려동물이기에 야생의 세계를 가까이하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자극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고양이의 야생성은 사람의 마음을 매혹하기도 하지만 당황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예측불가능성은 고양이의 야생성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는 야생과 자연을 꿈꾸면서도 안락한 문명과 문화를 벗어날 수 없기에, 그러한 꿈을 고양이의 야생성과 예측불가능성을 통하여 대신 이루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고양이의 매력에 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다양한 매력이 있겠지만, 그중 가장 흥미로운 세 가지 매력인 독특한 감각능력, 예측불가능성, 야생성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이 매력들은 우리 인간이 가지지 못한 특성 혹은 인간이 오래전 문명을 선택하면서 버릴 수밖에 없었던 본능적이고 자연적인 특성이라는 점에서, 고양이는 우리의 결핍 요소를 자극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가설을 던져 봅니다.
인간은 자유를 꿈꾸지만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고양이는 우리 대신 자유롭게 행동하여, 현실과 이상 사이를 춤추듯 우아하게 오갑니다. 인간은 예측가능한 행동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지만, 고양이는 예측불가능한 행동으로 자신을 유쾌하게 표현합니다. 인간은 자연을 길들였으나, 고양이까지는 완벽하게 길들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야생에 대한 경이로움과 두려움을 멀리 하는 대신, 우리의 보금자리 안에 태초의 야생성을 간직한 조그마한 맹수인 고양이를 두었습니다. 고양이는 그래서 여전히 오늘도 우리에게 신비로움과 매력을 느끼게 합니다.
(수정: 2023-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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