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음악회> 혹은 <고양이 연주회>라 불리는 음악회가 있었습니다. 어떠한 음악회인지, 실제로 고양이가 참여하는 음악회인지, 어떻게 고양이가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인지 여러 궁금증을 야기하는 음악회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고양이 음악회'라는 키워드와 관련하여 고양이가 내는 여러 소리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16세기 유럽, 상자 안의 고양이가 야옹거리는 음악회
16세기 유럽에서는 어릿광대들이 이상한 연주회를 열었습니다. 상자 안에 10~12 마리의 고양이를 넣고, 고양이 수만큼 구멍을 뚫어 꼬리를 내놓게 한 다음,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세게 또는 약하게 꼬리를 잡아당겨 고양이들이 야옹거리는 소리를 내게 했던 것입니다. 현대의 관점에서는 동물학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공연입니다. 이후 16세기보다는 덜 잔인하지만 17세기에도 5~6 마리의 고양이를 야옹거리게 하는 연주회가 열렸다고 합니다.
많은 관중을 끌어들인 이러한 '고양이 연주회'는 스카를라티의 <고양이 푸가>, 로시니의 <익살스러운 고양이 이중창>, 모차르트의 <아, 사랑스러운 여인>, 오펜바흐의 <여성으로 변신한 고양이> 등 많은 작곡가의 작품에 영감을 주었다고 합니다. 특히 로시니 곡의 <파리 나무 십자가 소년 합창단> 버전은 사람의 목소리로 고양이의 소리를 흉내 내는 귀여운 두 소년의 노래가 너무나도 재미있고 매력적입니다.
고양이의 넓은 음역대가 고양이 음악회의 비결
대부분의 육식동물에 비하여 고양잇과 동물은 상당히 넓은 음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중에도 특히 야옹거리는 소리는 더욱 음역이 넓습니다. 이러한 넓은 음역대로 인하여 16세기 사람들이 고양이 음악회를 고안했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암컷 고양이의 물처럼 흐르는 야옹송
야옹거리는 소리 중에 가장 두드러진 소리는 발정기 때 암고양이가 내는 소리입니다. 단조롭게 반복되는 이 소리는 너무 오래 지속되어, 어떤 사람은 고양이의 '노래'가 '물'과 같이 흐른다고 표현하기도 하였습니다. 암고양이가 야옹거리며 우는 이유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수컷을 유혹하기 위해서라고 알려져 있지만 단순히 호르몬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야옹거리는 소리는 고양이의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 심지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도 암고양이가 발정기 때 야옹거리는 것을 매우 불쾌하게 여깁니다. 반려묘 및 길고양이의 중성화로 이제는 암고양이 특유의 야옹거리는 소리를 듣기 어렵습니다. 인간의 귀를 괴롭히는 소리는 사라졌지만, 암고양이의 기묘하면서도 물처럼 흐르는 소프라노 가락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조금은 아쉽습니다.
기분 좋은 고양이의 골골송, 밝혀지지 않은 신비한 소리
고양이를 쓰다듬어주면, 기분이 좋아진 고양이는 가늘게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냅니다. 애묘인들은 이 소리를 '골골송'이라고도 부릅니다. 표범을 제외한 모든 고양잇과 동물은 이 소리를 냅니다. 어떻게 이런 소리를 내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 독특한 소리는 긴장이 풀렸거나 만족할 때와 같은 특수한 심리상태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또한 같은 종의 행동에 대한 응답으로 이 소리를 내기 때문에 의사소통의 한 형태라고 간주하기도 합니다.
고양이는 태어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부터 젖을 빨 때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다가, 3주 후에는 계속해서 가늘게 이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이 소리는 새끼고양이와 어미고양이 사이에 애착 관계가 형성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특히 성숙한 고양이들이 사회생활을 할 때에 내는 그르렁 소리는 인간의 미소와 비슷합니다. 성숙한 암컷이 자신의 새끼를 핥거나 수컷에게 애교 부릴 때도 이 소리를 내고, 지도자 앞에서 하위 수고양이가 이 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그르렁거리는 소리의 크기와 빈도는 고양이 따라 매우 다양합니다. 이러한 다양성에 대한 연구는 이 소리를 내는 동기와 사회적 효과에 대한 연구의 좋은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16-17세기에 있었던 <고양이 음악회>의 진실은 다소 씁쓸하지만, 고양이의 매력적인 소리가 여러 음악가에게 영감을 주어 아름다운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암컷 고양이 특유의 야옹거리는 소리와 목을 울리며 내는 그르렁 소리는 우리에게 독특한 인상을 주며, 고양이의 신비로움을 한층 더 깊게 합니다. 이 글을 통하여 고양이가 내는 다양한 소리의 매력을 더욱 잘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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