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예전부터 인간에게 이중적인 존재였습니다. 즉 고양이는 신비로운 존재로서 숭배의 대상이면서도 어떠한 맥락에서는 악마의 앞잡이로서 증오의 대상이기도 하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고양이가 숭배의 대상이었다가 사탄의 앞잡이로 탄압의 대상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유럽사를 중심으로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고양이, 숭배의 대상이 되다
고대 이집트인은 고양이를 대단히 숭배하였습니다. 이집트에서는 여성성과 풍요를 상징하는 여신인 '바스트'를 고양이의 머리에 여성의 몸으로 형상화하여 신성시하였습니다. 인류가 고양이를 길들이고 사자가 사라진 후에 자연스럽게 이집트의 신화에서도 사자의 모습을 한 잔인한 여신인 '세크메트'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고양이의 모습을 한 다정한 여신이 '바스트'가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이 새로운 여신은 이집트 왕실 아이들의 보호자이며 수유자이자, 음악, 춤, 모성의 여신이며 동시에 마술사, 의사, 산파의 수호신으로 추앙받습니다. 그러나 고양이를 미라로 만들 만큼 숭배했던 것은 오히려 이집트가 페르시아와 전쟁을 벌였을 때 플루즈에서 패배한 원인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방패 대신 고양이를 들이대며 전진하는 페르시아 포위군에게 이집트인이 대항 한 번 못해보고 항복했기 때문입니다.
고양이가 1년에 여러 번 임신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다산을 상징하는 여러 여신들과 고양이의 연관성을 잘 설명해 줍니다. 북유럽 신화에서도 다산의 여신인 프레이야는 고양이가 끄는 이륜마차를 타고 이동하였습니다. 그리스도교의 성녀 중 시칠리아의 마르트 성녀, 독일의 게르트루드 성녀는 고양이의 수호자입니다.
이처럼 마녀와 악마의 동반자로 이미지가 굳어지기 이전에 고양이는 매우 긍정적인 이미지로 숭배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고양이, 박해의 대상이 되다
그리스도교는 고양이를 마녀의 동반자로 규정하여 박해합니다. 고대의 여사제관들은 대지의 힘을 상징하는 달을 숭배하였습니다. 그래서 달을 연상시키는 듯한 눈동자를 지닌 고양이를 선호하였습니다. 이러한 관계로 인하여 그리스도교의 영향권 하에서 고양이는 이교도의 무서운 악마의 앞잡이로 인식됩니다. 즉 고양이는 이교도 여사제관의 후손 격인 마녀의 친구로 여겨진 것입니다. 야행성에 방랑자 기질이 있고 과격한 성욕을 지녔으며, 모든 권위에 반항적인 고양이는 중세를 지배한 기독교인이 보기에 마녀와 다름없었습니다. 마녀가 집회를 열어 악마를 숭배하듯이, 고양이들이 야간에 모여 집회를 여는 모습은 마녀의 악마 숭배 집회와 다를 바 없다고 오인받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고양이의 꼬리나 귀를 자르지 않는 한 고양이가 마녀의 집회에 참석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믿고, 실제로 귀와 꼬리를 잘랐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속적으로 이어져 18세기 종교재판소는 악마를 숭배하는 이교도들을 검은 고양이의 모습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중세에 자행된 고양이 박해는 근세에도 계속되었습니다. 전유럽에서는 축제가 있을 때면 사람들이 고양이를 거리로 내몰아 괴롭히고, 꼬챙이고 꿰어 죽이고, 탑에서 떨어뜨리고, 화형대의 불 속으로 던져버리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증오는 여성 혐오에 대한 다른 표현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고양이를 박해하는 이들은 여성과 고양이를 억제할 수 없는 성욕, 간교함, 길들일 수 없는 야만성과 결부시켜 억압하였습니다.
고양이와 여성, 숭배이자 박해의 대상이 되다
역사적으로 고양이와 여성은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가집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여성과 고양이는 서양문화권에서 매우 유사하게 인식되었습니다. 아름다움, 포동포동한 몸매, 우아함, 기품, 유연함 등 이 모든 특징은 여성과 고양이에게 보내는 찬사인 동시에 고양이의 자유분방한 성을 암시하는 상투적인 표현이자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빗대는 말이기도 합니다.
여성에 관한 남성들의 이중적 잣대는 그대로 고양이에 대한 이중적 태도로 이어집니다. 여성의 다산성과 섹슈얼리티는 남성에게 경외감과 매력을 야기하지만, 동시에 경계심과 파괴욕구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여성의 모성은 보호받고 숭배하여야 할 대상이지만, 동시에 그러한 모성의 근저에 있는 섹슈얼리티는 남성을 향한 위험한 유혹이며 경계하고 엄격히 통제하여야 할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여성에 관한 이러한 이중적 태도는 고양이에게도 그대로 이어져 고양이를 여신과 동일시하여 숭배하던 시절을 거쳐, 여신을 박해하고 마녀로 낙인찍던 시절에는 고양이 역시 마녀의 동반자로 낙인찍혀 탄압받게 됩니다.
오늘날은 다행히 중세와 같은 야만적인 여성관이나 고양이에 관한 부정적인 관점은 많이 사라졌으나, 사회 관습과 문화 곳곳에 그러한 인식이 약화되어 남아있습니다.
지금까지 고양이가 어떻게 숭배의 대상이면서도 탄압의 대상이 되었는지를 간략히 살펴보았습니다. 고양이는 고대 이집트인과 그리스인, 로마인에게는 여성성과 다산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리고 중세 서양의 그리스도교 사회에서는 행실이 나쁜 여인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치욕과 오명의 상징이기도 하였습니다. 현대에는 여성인권과 동물권의 성장으로 인하여 그러한 인식이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고양이를 아끼고 사랑할 뿐만 아니라 숭배의 대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고양이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이 커지고 있습니다. 고양이의 매력을 알면 알수록 그들을 숭배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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